"성찬아~!" 하고 아빠가 크게 부르면
성찬이가 큰 소리로 "아빠! 아~~~~빠~~~!!" 하고 부를 때 정말 아빠의 존재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거 같다.
오늘도 성찬이 자는 모습을 보고 아빠 볼일 보러 전자시장(南方大厦)에 나왔다가 커피 한잔하러 샤미엔따오(沙面岛)안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았어.
이렇게 한 시간쯤 시간을 보내고 성찬이를 보러 가면 아빠도 나름대로의 에너지를 얻게 되고 성찬이와 더 힘차게 놀아줄 수 있을 거 같다.
다른 한국에 사는 아빠들과는 다르게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성찬이와 놀아줄 시간이 아주 많단다.
오늘 아침에도 성찬이가 눈을 뜨고 아빠한테 반갑다고 뽀뽀를 해주고, 곧바로 책 읽자고 하고 책 읽으면서 "악~~어" 할 때,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꼭 깨물어주고 싶어. ㅎㅎ 이쁜 우리 아들.
오늘은 "찍찍 "쥐 울음소리를 내려고 "띡띡", 나름 노력해서 쥐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보면 점점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지는 것이 눈에 보여서 대견스럽게 느껴지더구나.
요즘은 공지영 씨가 쓴 지리산 행복학교라는 책을 읽고 있단다.
아빠는 책 제목만 보고 무슨 대안학교에 대한 내용인가? 싶어서 골랐는데, 학교와는 영 상관없이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구나.
아빠도 그런 곳에 들어가서 성찬이를 키우고 싶어.
그래도 아빠 일하는 것하고 맞물려서 가장 비슷한 환경을 줄 수 있었던 것이 전에 1년 살았던 집인 주인산장(竹音山庄)이었단다. 집이 1층이라서 성찬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었고 작은 앞마당도 있어서 흙장난도 할 수 있고 심어져 있는 고추도 따고 파파야 나무도 있고... 인공적이지만 풀, 나무, 물고기가 살고 있는 연못. 자연을 많이 닮은 곳이었거든.
언제고 우리 성찬이와 함께 지리산 종주도 하고 네팔 트레킹도 하면서 산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항상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분명히 이뤄질 거야.
날씨가 추워..
옷 입기 싫다고 울상 짓고 그러다가 양말 신길 때는 "발!" 하면서 큰소리와 함께 발을 쭈욱 내미는 너를 보면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지... 너무 귀여워서 또 깨물어 주고 싶다.
성찬이는 아직 두 돌이 안 지났어.
아빠도 엄마도 두 돌 때의 기억을 하고 있지 않단다.
성찬이도 마찬가지겠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네 머릿속에는 오래도록 기억하는 능력보다는 호기심을 배양하기 위해서 활발하게 머릿속의 시냅스들이 가지를 치고 있겠지?
지금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서 네가 생각이 안 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지금을 떠올리면 좋은 기분으로, 긍정적인 기억으로 흐릿하게나마 남았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가 기뻐하고 기분 좋은 것처럼 성찬이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기분 좋은 하루하루가 됐으면 좋겠어.
매일매일이 네 생애에 길이 남을 추억으로 가득하길 바랄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많이 사랑한다.
그건 그렇고
"하마" 는 아직 발음하기 힘든가 봐. "하빠"로 발음하는 것을 보면. ^^*
2013.12.30 작성, 아이 두 돌이 되기 전
다른 아빠들에 비해서는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규칙적으로 출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일을 했거든요.
지금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저에게는 큰 축복이었습니다.
아이는 오롯이 제 존재를 인정해 주고 일깨워 줬습니다. 아이에게는 저는 아주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것이 힘든 타향살이에서 제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가 읽을 동화책을 배송받기도 하고 교민 게시판에 동화책 판매 글이 올라오면 부지런히 가서 중고책을 받아오고 주변에 이야기해서 받고... 그렇게 모아서 집에는 아이가 읽을 책이 꽤 많았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책을 읽었습니다. 아기들이 읽는 그림 위주의 동화책이니까 중국 동화책도 많이 읽혔습니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 중국에서 번역되어 나와 있는 책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림들이 아주 이뻤어요.
아이 6살 때 한국에 와서 유치원을 보냈는데, 선생님이 책 읽어 줄 때 집중을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저는 지금도 아이와 책을 함께 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서로 그렇게 길들여져 버렸어요. 그림을 보고 등장인물들의 기분은 어떨까 물어보기도 하고, 이거는 크네, 작내 무슨 색깔 이내 하면서 책을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해줬어요. 책은 읽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매개체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을수록 아이와의 친밀감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 3살짜리 아들을 키우던 분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이를 사랑하는데 함께 보내는 시간이 힘들어서 출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와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말 만이라도 의도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푸름 아빠 최희수 씨의 강연 MP3를 구해서 듣고는 책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독서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 책을 많이 구했습니다. 그분이 말씀한 어린 나이에 글자를 빨리 깨우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많은 부분 참고를 했습니다.
아이가 한글을 깨치기 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아이와 떨어져서 지내고, 아이는 중국 학교에 다니고 있고 위에 열거한 제 바람들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와 친밀감을 쌓는데 책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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