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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늘 있었던 일, 아이를 지켜봐 주세요

by ⏎▶︎❖◉⁍❖▶︎❖◉⁍❖ 2020. 2. 23.

 

안녕,  우리 아들.

아빠는 성찬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성찬이는 분명 그런 아이로 성장할 거야.
오늘 놀이터에서 너보다 조금 큰아이와 마주쳤구나.
네가 하는 행동( 공룡소리를 내면서 다른 아이를 쫒았다니는 일)을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너를 적대시하더구나.
아빠는 성찬이가 그 아이에게 한대 맞고는 네 행동이 고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그 아이는 정말 발로 차기도 하고 손으로 치기도 하고 자신이 성찬이보다 조금 크다는 이유로 너무 심하게 너를 대하는 것 같았어.
그 주변에는 그 아이의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계속 전화통화만 하더구나.
아빠는 성찬이 손을 잡고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고 네가 미끄럼틀을 타고 놀기를 바랐는데,
그 아이는 미끄럼틀을 가로막고 네가 노는 것을 못마땅하더구나.

그리고 그 아이 할아버지가 집으로 가자고 이야기 하니까, 너에게 침을 뱉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네 주변에 침을 뱉었고,  난 그 아이 할아버지에게 그런 사실을 이야기했어. 급기야는 성찬이 얼굴에 침을 뱉더구나.
아빠는 뻗쳐오는 홧김에 그 아이를 확 밀쳤구나.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아빠를 욕하기 시작했지. 어른이 그래서야 되냐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어, 하지만 할아버지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어른이든 아이든 내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한다면 난 또 똑같은 일을 할 거라고 했단다.

XX. X 같은 어른 같으니라고,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절대 생각도 못하는 그냥 늙은 꼰대. 아빠는 많이 화가 났지만, 우리 성찬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고맙게도 성찬이는 울지도 않았고 그냥 어리둥절할 뿐이었어.

아마 아빠의 행동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
그런 일이 있을 때 빨리 성찬이를 데리고 그 자리를 피해야 했다.
여기는 여전히 중국이고 아빠는 외국인이니까.
아빠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성찬이가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약한 아이를 위하고 보호해 줄 수 있는 아량이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건 네가 큰 후의 이야기고 지금은 아빠가 보호해 줄게

아직 너는 어리니까.
아직 너는 내 품 안에 있으니까.

사랑한다 우리 아들.
2015. 3. 9 작성 글 (아이 만 3살이 되기 직전)

 2015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그때 적고는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펼쳐보네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돕니다.

아이 볼에 묻은 침을 닦아줬어요. 아이의 어리둥절해하는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제 아이는 어렸고 그 큰아이는 자신이 우리 아이에게 하는 적대시하는 행위가 먹히지 않는 것이 화가 났던 거 같습니다. 

당연하지요. 아이는 어렸고 그것이 상대를 적대하는 행위가 아니라 친근의 행위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놀이라고 인식한 아이는 더 그 큰아이에게 다가가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놀이행위-공룡 소리 내기를 했습니다. 

 

저는 제 아이가 폭력적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지만 총과 칼 같은 장난감은 사주지 않았습니다.(권총 모양 팽이 돌리는 장난감은 사줬습니다. ) 남을 헤아리는 마음이 커지면 당연히 폭력은 멈출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보다 작은 아이를 밀치고, 그것도 아무 이유 없이... 

저는 그럴 때마다 아이 엉덩이를 때려줬습니다. 작은 아이의 엄마가 제 행동을 제지하면서 나무랄 때도 있었어요.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과도한 행위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다시 반복됩니다. 저는 아이의 엉덩이를 아프게 때려줬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줬습니다. 

 

또 아이가 안전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는 가차 없이 엉덩이를 때려줬습니다. 엄마 아빠 손을 뿌리치고 찻길로 뛰어든다 든 지... 그럴 때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인식을 시켜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엉덩이 맞음을 당한 아이가 한참 울고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꼭 안아주고 아이 마음을 달래줬습니다. 

아이가 내 말을 알아듣든 그렇지 못하든 

 

"아빠가 미안해 하지만 다음에 또 그러면 아빠가 또 때려 줄 거야. 알았어?"

하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을 합니다. 

 

아이의 엉덩이를 때려주고 나서는 내가 감정에 치우쳐서 한 행동은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대부분 아이가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해 민감해진 상태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화를 낸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지금도 아빠는 화내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지금 한국 나이로 9살, 중국 광둥 성의 작은 도시에서 소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가 예전의 제 나쁜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꼭 안아주고 예전에 아빠가 화난 모습에 대해서 사과합니다. 미안해. 그때 많이 놀랐었지? 정말 미안해. 이건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잘못한 거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아이의 머릿속에 각인된 제 불성실(?)한 아빠의 모습이 빨리 잊히길 바랄 수밖에 없어요.  

 

아이가 어릴 적에 무일푼으로 중국으로 넘어가서 일을 하던 때라 민감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고요. 

 

위 글의 할아버지. 저런 어른들 정말 많습니다.

아이 보호자로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딴일에 정신 팔려서 자신의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어른들... 

놀이터에서 아이가 놀 때는 지켜봐 줘야 합니다. 아이가 요구하면 같이 놀다가 다른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함께 놀게 해 주고 저는 뒤로 빠져서 다시 지켜봐 줘야 합니다.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 때 그때가 부모의 선한 영향력을 늘려주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이가 다른 아이로부터 상처를 받았습니다. 상대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항의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아이는 이미 상처 받았는데... 

 

아이를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이를 지켜봐 주는 시간은 금방입니다. 그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고 금방 지나갑니다.

지켜봐 줄 필요 없는 다른 성장단계에 다다릅니다.  

 

가정을 갖은 모든 사람들은 아이가 행복의 중심이 됩니다. 

행복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서 얻어지니까요.

우리는 돈을 버는 이유를 잊고 삽니다. 

더 많은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기 위해 돈을 버는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가정을 이룬 사람은 없을 겁니다.   

 

휴대폰 그만보고 아이를 봐주세요. 정말 그 시간 금방 갑니다. 

 

이글 시작하면서 눈물이 핑 돈다고했죠? 

 

그때 큰 아이가 제 아이에게 했던 행동이 분해서가 아니라 제 아이의 어리둥절한 모습.

그 귀여웠던 그 얼굴이 그리워서, 눈에 선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 그 귀여운 모습은 사진으로 볼 수는 있지만 그때를 다시 살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를 지켜봐 주세요. 아이를 갖은 모든 어른들의 의무입니다. 

 

저는 제 아이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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