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인프라의 부족
여행자를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날이 선 시선
롬복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길리 아이르로 옮겼습니다. 여행 중에 좋은 곳을 발견하면 보름도 넘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오래 있어도 떠날 때 아쉬웠던 곳이 길리 아이르(Gili Air)였습니다. 그때그때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 혼자 하는 장기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롬복에서는 고작 이틀 있었어요. 싫더라고요. 제가 왜 롬복이 싫었는지는 제 글을 잘 읽어보시고 판단은 본인이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막 초보를 벗어난 수준의 서퍼입니다.
라인업에서 다가오는 파도를 잡을 수 있는지 판단하고 자력으로 패들링해서 파도를 잡을 수 있는 수준의, 가끔 사이드 라이딩을 하는 수준의 서퍼입니다. 서핑이 가능한 해변에서 아무 샵에서든 스펀지 보드를 빌려서 파도를 즐길 수 있어요.
스펀지 보드는 규격이 거의 비슷비슷하니까요.
롬복은 서퍼에게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발리에서 서핑 캠프 생활을 할 때 사장님이 롬복의 공장식 파도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척! 척! 척!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온다는 환상의 해변. 그때부터 롬복에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에서 꾸따 롬복으로 다음 행선지를 정했습니다. 셀롱 블라낙에서 본 파도는 좋았지만 상상 속의 척! 척! 척! 하는 모습의 파도는 아니었습니다.
꾸따 롬복(발리에도 꾸따라는 유명한 해변이 있기 때문에 꾸따 롬복이라고 하겠습니다.)에서는 센툴(Sentul)이란 저렴한 호스텔에서 2명의 다른 여행자와 방을 쉐어 했어요. 꾸따 롬복이 여행자의 편의가 좋은 곳이라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정했는데 주변으로 서핑 트립을 다니기에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습니다.
두 달간의 발리, 길리, 롬복 여행을 통틀어서 처음으로 스쿠터를 빌렸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서 처럼 허허벌판의 꾸불꾸불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달려서 초보자에게 맞춤형 파도가 들어온다는 셀롱블라낙 해변으로 갔습니다. 스쿠터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다른 서핑스팟들도 모두 스쿠터를 달려야 갈 수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스쿠터를 타고서 만 갈 수 있었어요.
꾸타 롬복의 해변은 서핑을 하기에는 적합한 파도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서핑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서핑 스팟으로 이동을 해야만 했어요.
갈 때 10, 000루피아(우리돈 850~900원)의 휘발유 한 병을 다 넣고 왕복을 하니까 다시 연료 게이지가 간당간당 해졌습니다. 발리의 꾸따 비치나 짱구의 바투볼롱 비치, 스미냑과는 많이 다른 환경이었어요. 발리에서는 숙소에서 해변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라서 걸어서 서핑 해변까지 가서 서핑을 즐길 수 있었거든요. 발리와 비교했을 때는 롬복의 숙소 시설과 주변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여행자를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날이 선 시선
롬복 여행을 비추!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두 번째 인용문에서 언급한 현지인들의 날이선 시선. 시선에 날이 섰다는 말은 제가 만들어낸 말이지만 정말 적절한 표현인 거 같아요.
거스름 돈을 늦게 주는 종업원.
섬에서는 담배값이 비싸니까 한보루 사가라면서 정가의 두배의 가격을 부르던 여행사 직원.
끝내 담배가게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더군요.
배를 타고 들어가면 더 좋은 스팟이 나온다고 당장 자신을 통해서 배를 예약해서 가라고 계속 추근대던 서핑 샵 주인.
제 시계가 멋지다면서 제가 돌려줄 것을 요구하기 전까지 한참동안 샵 주인 손목에 차여 있었어야 했던 내 손목시계.
롬복에서 만난 사람은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 관광객들을 돈으로만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자기들끼리 낄낄낄거리고 푼돈을 벌고자 제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퍼렇게 날이선 느낌을 받았어요.
일본 사람들은 어떻다, 중국사람들은 어떻다. 그런 스테레오 타입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입견은 개개인을 만나 직접 겪어보면 모두 부질없이 허물어지기 마련이에요. 롬복 사람들은 순박하고 좋다는 제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관광객을 호구로 보는 시선이 너무나 넓게 퍼져있었어요.
이런 편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곳에 더 머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둘째 날 저녁에 있었습니다.
둘째 날 저녁때였어요. 서핑을 다녀와서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함께 방을 사용하는 독일인 크리스가 늦게서야 돌아왔습니다. 저에게 담배 한 가치를 달라고 하더군요.
서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날치기 일당을 만났다고 합니다.
스쿠터를 몰고 돌아오는 깜깜한 커브 길에서 스쿠터를 탄 2인조가 자신을 따라왔고 사선으로 가로 질러서 맨 작은 쎅을 잡아챘다고 해요. 크리스는 덩치도 크고 힘도 셌기 때문에 뺏기지도 않고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랑이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스쿠터와 함께 전복이 됐다면
깜깜한 허허벌판에서 누구의 구조도 받지 못하고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덜덜덜 떨면서 이야기하더군요.
담배와 라이터를 숙소앞 벤치에 올려놨고 진정될 때까지 맘껏 피라고 배려해 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리셉션으로가서 다음날 길리 아이르로 가는 교통편을 예약했습니다.
크리스의 경험이 결정적이었어요.
크리스가 서핑을 할 때 당일날 경험한 또다른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라인업에서 피크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외지인 서퍼와 서컬 서퍼가 싸움이 벌어졌다고 해요.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로컬 서퍼. 그걸 말리는 주변 서퍼들...
지독하게 강한 로컬리즘이 있나봅니다.
제가 서핑을 하다가 로컬서퍼와 분쟁이 생긴다면... 제가 서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날치기를 당한다면...
당연히 기분좋은 상상은 아니죠.
그렇게 저는 망설일 것도 없이 길리 아이르로 가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도 있고 롬복여행을 하시면서 좋은 인상을 받으신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조트나 호텔 위주의 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잠깐의 휴식으로 가격대비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홀로 여행을 하시는 분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로컬들을 접해야만하는 분들에게는 롬복여행 비추!입니다.
여러분의 판단은 어떠신가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길리 섬에서의 이야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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